UTOPUS
JUNG HYE RAN
[기획자 프로필]
행정노동가 | 독립문화기획자 | 부산
<경계 위에서>
나는 노동자다.
나는 기획자나 활동가라는 말이 불편하다.
안전한 울타리 밖의 예술가들을 동경하면서 문화예술 행정 노동자로 일을 시작했다.
조직을 바꾸면서 벌써 햇수로 5년차에 접어드는 오늘,
예술가에게 품었던 애정과 동경이 엑셀 안의 정산금으로 환원되기 쉬운 현실을 바라보며
이 일이 과연 이들과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인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노동자라고 정의한다.
나는 삶과 일이 일치될 수 없고, 이러한 이상은 나를 오히려 옥죄게 만든다고 변명한다.
활동가나 예술가나 기획자나 혹은 그 바깥의 어떤 푸른 꿈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의 그렇지 못한 직장인들에게는 또 다른 억압일 수 있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크리에이티브하게 행정하는 법,
일과 나를 과도하게 분리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법,
삶과 일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좌절하지 않는 법.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믿는 법.
기획자는 두근대는 이름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이 것이 푸른꿈에 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생계라는 현실적인 수단에서 결코 멀어져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음을,
순수예술가의 아집스러움 뒤에는 잔인한 삶의 현실이 있음을 안다.
노동자와 기획자의 경계에서 나는 나만의 시각으로,
때로는 냉혹하리만큼 현실적인 시각으로,
때로는 무모할정도로 낭만적인 꿈을 통해 회색지대를 넓히고자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하지만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꾸자."